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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행복경로당 소동 “음식 끝에 정난다”?
기사입력  2019/01/16 [10:18] 최종편집    논산계룡신문

행복경로당은 면단위의 경로당에서 매주 한 번씩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충청도식 동네잔치이다. 논산에는 15개 읍면동 분회가 있다. 분회마다 매주 한번씩 정해진 요일에 50~100명씩 나와서 점심을 나눈다.

점심만 나누는 게 아니다. 이 동네, 저 동네에서 일어난 대소사도 맞교환한다. 이바구 주고받으면서 작은 천국 ‘소확행’을 느낀다. 동네경로당에서의 이야기도 재밌지만, 면 분회에서 나누는 얘기는 또다른 결이다. 식후 포만감도 크거니와, 면단위의 정보를 접할 때 시야도 넓어지는 기분이다. 밥을 함께 먹으면서 소록소록 쌓이는 정(情)은 초코파이 저리 가라이다. 가끔은 언성이 높아질 때도 없잖지만, 그런 것은 가뭄에 콩 나듯 연중행사다. 소나기 뒤에 땅이 굳어지기도 하니...

이름 그대로 행복경로당이다. 그런데 연말,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내년부터 행복경로당 지원금이 그치니,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천벽락 같은 통보에 분회장들의 고민은 깊어갔다. 새해 들어서 15개 분회 거개가 행복경로당 행사를 중지하였다. 

개중에 4개소 분회장은 머리 속이 복잡하다. “쭉 해오던 건데 갑자기 끊을 수야 없지! 어떻게, 한 달이라도 더 해봐야지!” 일단은 쌀이 조금은 남아 있으니 그거하고, 회비를 좀 지출하든지, 그래도 부족하면 분회장 체면도 있는지라 사비 들여서라도 자구책 강구해 보는 중이다. 

쌀이나 부식은 돈 덜 들이고서 어찌어찌 해보겠지만 지금껏 일해주던 주방아줌마들은?? 4사람 중에서 1사람만 일당 들여서 픽업하고, 나머지 인력은 부녀회장에 사정하거나 임원단 가족들이 직접 나서서 인건비 문제를 최소화하기도 한다.

이러니, 노인회에서 볼멘 목소리가 터지지 않을 수가 없다. 더 나아져도 부족할 판에 있던 밥상마저 거두어가니, 어느 누가 좋다고 할 것인가? 경제가 호전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자, 국정지지도가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이라고, 이런 조치가 노인홀대로 느껴지자, 분회 경로당의 여론이 부글부글이다. 

“도지사가 말야, 문재인이가 말이야...” 동네 시끄러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을 제일성으로 외쳐온 현 정부가 기존 동네아줌마들 일자리마저 회수해가는 모양새이니, 동네마다 남녀노소 이구동성이다.

 

폐지한 이유도 충분히 들어봐야

 

“맞습니다, 맞고요!” 장유유서(長幼有序), 나아가 어르신 공경이 최우선인 나라에서 말 나기 딱 좋게 돼 버렸다. 도 당국자가 이를 모를 리 있겠는가? 그 동안 충남 15개 시군에서 행복경로당에 대한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타 시군은 면단위로만 한정한 게 아니라,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동네 경로당도 포함시켰다. 여기서 배제된 경로당은 “그럼 우리는 불행경로당이냐?”면서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했다. 

논산은 무풍지대였다. 마을경로당에서 독거노인들이 동고동락 공동으로 생활하도록 시차원에서 지원했고, 행복경로당은 면단위로만 한정하여 연 624만원과 4명 인건비를 지급해왔으므로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없었다. 

애당초 행복경로당은 지속가능한 영구프로그램이 아니라, 일정기간 시행하기로 하였던 사업이었다. 일몰사업이라서 도지사 바뀌어서가 아니고, 때가 돼 자동 마감이 됐다는 얘기다. 대신 거기에 투입되었던 예산 전액을 “프로그램의 활성화”로 돌렸다. 

주방인력 4인였다가 청소 1인으로만 축소된 인건비는, 다른 데 인건비로 돌렸다. 특정인에게 돌아가던 혜택을 불특정 다수에게로 넓히는 정신을 반영한 조치인만큼, 대승적 견지에서 십분 이해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도지사도 바뀌었고, 도 운영 철학도 바뀌었다. 새롭게 출범하는 도정(道政)이니만큼 당분간 지켜보면서 존중해주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정책 결정이나 변경에 있어서 결코 경시해서는 안 될 영역이 있다. 바로 공동체 분위기요 정서 영역이다. 밥 한 끼 해결도 소중하지만, 노인소외가 심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함께 모여 밥과 이야기 나눌 때의 분위기, 그 자리에서 오가는 정과 인심은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먹거리보다 중요한 ‘사발통문’

 

“음식 끝에 정 난다”는 말도 있지만, 정반대로 “음식 끝에 마음이 상한다”고도 한다. 이제 노인회장들 임기가 마쳐가는 마당에 ‘유종의 미’라는 게 사라져가는 분위기다. 

그런데 끊어지는 것은 점심밥만이 아니다. 논산 515개소 동네경로당과 노인회 소식을 집중하여 전해주던 지역신문도 작년부로 끊어졌다. 

인터넷 신문이 대세라 하더라도, 어르신들은 종이신문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종이신문에는 노인회 탐방이라든지 노인복지정책 등, 논산노인회에서 자체로라도 발행해야 할 『논산노인회소식지』를 대행해 주다시피했다. 이 정도로 어르신 섬기는 내용이 많았던 그 신문도, 1년간 계약이 종료되었다. 그러나 신문사측은 계약이 끝났다고 해서 야박하게 발송을 멈추는 게 아니다, 최소 1월 한달만큼이라도 더 우송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대한노인회 논산지회가 새로 출범하면서 새 지회장에 대한 기대가 자못 높았다. 그러나 노인복지의 현실은 이래저래 위축되어 가는 모양새이다. 그러다 보니 가까이는 시청, 멀리는 도백과 나랏님에게 삿대질해가는 흐름새이다. 

그러나 불평불만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불평불만이 지천인 난세에 이순신은, 어떻게 해서 그 난세를 타개했을까? 노인회에서는 지금이라도 도청을 찾아가 “새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공동식사의 의미가 심대하니 한달에 한두 번이라도 동네잔치 열도록 추경해달라” 요구하고, 시당국과도 수시로 대화하면서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가야 할 때 같다. 

기자는 그 동안 지역별 노인회 탐방을 계속해오면서 숱한 노인회장님들의 덕망과 탁견에 감탄을 거듭하였다. 그 덕망, 그 지혜가 다시 빛을 발하여 논산땅 환히 비추게 해야 할, 먹성도 좋은 황금돼지의 해 2019년이다.

 

이진영 놀뫼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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