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미국 대선이 이변들을 낳으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내부의 후보선출마저 판단하기 어려워졌을 때, 힐러리가 망가져야 이길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힐러리 클린턴이 수십 년 째 깔끔한 이미지를 유지해왔는데, 대중과 거리를 만드는 만큼 아예 망가져서 치장을 별로 하지 않은 민낯을 보여주면서 대중에 다가가야 한다는 논리였다.
지금까지 힐러리가 그 정도로 망가진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언론들이 힐러리의 승리를 점치기까지 평가 그대로 역사상 가장 추접한 대선이 벌어져오고 망가진 건 미국의 이미지였다. 힐러리에게 불리한 자료들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해 폭로 사이트의 주최자인 어산지의 인터넷 접속을 끊어버렸으니 이거야말로 미국이 그토록 강조해오던 “인터넷 자유사용”에 대한 배반이요, “인터넷 사용규제”를 이유로 다른 나라들을 공격하던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꼴이 아닌가. 미국이 망가지면서까지 힐러리 대통령을 만들어내려는 미국 일부 세력들의 노력은 눈물 겨울 지경이다.
몇 해 전 한국에서 첫 여자 대통령의 탄생을 위해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댓글들이 난무한 건 잘 알려진 바이다.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댓글들도 물론 꽤나 될 테지만 국정원 댓글공작의 존재 또한 확실한 증거들이 나왔다. 지금까지 그걸 부인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한국의 첫 여자 대통령이 “댓통령”이라는 신조어로 불리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대통령이 대통령이냐는 의문이 나왔다. 한낱 민간인인 최순실 씨가 국정을 농단했다는 증거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뽑았는데 최순실이 대통령이더라, 알고 보니 최순실의 지배를 받았구나, 대통령이 둘이구나, 대통령은 최순실이고 박근혜는 부통령이다, 최순실이 대통령이고 박근혜는 대변인이다....
이런 반향들이 하도 많이 나오니 대통령이 누구인지 필자도 얼떨떨해난다. 어떤 언론들은 “박근혜의 정치적 사망”을 언급하던데, 상식적으로는 필자도 찬성하지만 수많은 상식이 깨어진 한국 정계라 무슨 변수가 일어날지 누가 알랴. 처벌받기 싫어서 죽기 무서워서 꼼수를 부리는 게 한국 사회의 상례가 아닌가.
사실 망가지기는 한국이 원조든 아니든 그 어느 나라나 지역보다도 많이 나타난다. 대기업의 회장님들이 일단 소송에 걸리면 휠체어에 앉아서 법정에 나타났다가 무죄가 선포되면 날아다니는 것도 망가지기를 이용한 동정심 유발이 아니겠는가.
독일에 가 계시는 최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26일 《세계일보》의 인터뷰를 받으면서 화장을 바로 하지 않아 눈밑이 시커멓고 걸핏하면 눈물도 흘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전제를 내세우면서 대선 전후 연설문을 다듬은 것만 시인하는 한편 테블릿 컴퓨터의 소유 자체부터 시작하여 다른 의혹들은 아예 부인해버렸는데 이제 JTBC가 파일을 받은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고 TV조선이나 다른 매체가 최 씨가 의문의 컴퓨터를 가진 장면들을 공개하면 뭐라고 변명할까?
최 대통령은 워낙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분이므로 망가진 모습이 언론에 그대로 드러났으나 이렇다 할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박 대롱령은 힐러리보다도 훨씬 앞서 대중인물로 되어 40여 년 째 깔끔한 이미지를 가꿔왔다. 이제 혹시 수십 개의 핀으로 고정한다는 머리를 중국말대로 닭장처럼 푸시시한 모양을 드러내고, 분장도 바로 하지 않은 민낯을 대중 앞에 드러내어, 그야말로 철저히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27세에 “소녀가장”이 되었다고 불상하게 여겨오다가 몰표를 던져줬던 지지자들이 마음을 돌릴지 알게 뭔가.
26일 박사모의 여러 명 회원들이 박 대통령의 언행에 크게 실망하여 탈퇴를 선언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한국식 인정호소가 다시 먹혀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한국이 국제망신을 좀이라도 만회하려면, 관건은 대다수 국민들이 명석한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자주시보 <저작권자 ⓒ 논산계룡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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