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133] 계란은 썩은 바위를 깨고야 만다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16/10/27 [22:21]

[정문일침133] 계란은 썩은 바위를 깨고야 만다

중국시민 | 입력 : 2016/10/27 [22:21]

 

▲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부산지역 모 행사장에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다가 끌려가는 부산지역 대학생    

 

▲ 속출하는 대학총학생회의 박근혜 퇴진 기자회견, 사진은 한양대 학생들
▲ 중앙대학교 대학생들의 시국선언   

 

최순실 사건이라는 초유의 정국 앞에서 정객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대학생들이 청년답게 나섰다. 서울의 여러 대학들에서 27일 시국선언과 선언문 등을 발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그중에서 연세대 학생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나오지만 바위는 무생물인데 반해 계란은 살아있다"면서 "우리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대학생이자 한국을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는 주장을 보는 순간, 떠오른 생각은 이러다가 저 학생들이 북을 추종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왜? 2014년 인천아시아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북의 한 역기선수에게 우승비결을 물으니 닭알(달걀)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고 대답하지 않았던가. 그 말이 알고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명언이라던가.
달걀이자 계란이요, 바위를 깬다는 발상 또한 마찬가지니 이거야말로 “종북”의 명확한 증거가 아닌가.

 

웃을 일이 아니다. 아버지 박 대통령 시대에는 한동안 “통일”이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어로 되어서 누가 언급하면 왜 북괴가 쓰는 말을 쓰느냐고 잡혀가서 코렁탕을 먹었다는 게 적잖은 사람들의 체험담이니까, 딸 박 대통령 시대에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는 말이 북 역기선수를 통한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따른 게 틀림없다고 주장해도 이상할 게 뭔가?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는 속담의 뿌리를 캐면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 묵자(墨子)의 이름으로 된 책 《묵자》에 나온다. 자기 주장의 정확성을 강조하면서 “以其言非吾言者,是犹以卵投石也,尽天下之卵,其石犹是也,不可毁也”라고 했는데 남의 말로 내 말을 부정하려면 알을 돌에 던지는 격이라 천하의 알을 다 쓰더라도 돌은 여전하여 망가뜨릴 수 없다는 뜻이다. “以卵投石(알을 돌에 던지다)”에서 “以卵击石” 즉 알로 돌을 치다가 파생되었는데, 알이 무슨 알인지는 원문에서 규정하지 않았다. 단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제일 많이 접하는 게 달걀이라 우리말 속담에서 계란으로 정했던 모양이다.

 

묵자는 현대에서 소박한 변증유물주의자로 평가받고 그의 사상과 철학은 취할 바가 많으나, 위의 말은 변화발전의 법칙에 어긋난다. 아무리 비유이지만, 돌이 모두 단단하고 그 견고함이 변하지 않는다는 설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 글쎄 화강암이라면 오랜 기간 알들의 공격을 받아도 끄떡하지 않을 수 있다. 허나 썩은 바위라면? 필자는 “썩돌”이라고 불리는 돌들을 어린 시절에 맨손으로 쉽게 깨뜨린 경험이 있다.

 

갈라터지고 썩어버린 바위는 엔간한 타격에도 깨지는 법이다. 물방울도 돌을 뚫는다고 하거늘, 하물며 물방울보다 훨씬 크고 타격력이 훨씬 강한 계란임에야! 하물며 계란보다 훨씬 크고 훨씬 강한 인간들임에야! 정객들이 비선실세에 휘둘려 국정을 개판으로 만든 국제적 오명을 씻으려면 한국의 백성들이 나서야만 되는 법이다.

 

중국의 격언을 하나 더 되새겨보자.

 

백성들은 물과 같아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뒤엎을 수도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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