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과정은 억세고 끈질기게, 결과는 비우고 편안하게

이석우 용남고등학교 교장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17/11/28 [20:34]

[소통공간] 과정은 억세고 끈질기게, 결과는 비우고 편안하게

이석우 용남고등학교 교장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17/11/28 [20:34]

 

▲ 이석우 용남고등학교 교장     ©논산계룡신문

 

 늘 존경스럽고 읽으면 편안해지는 채근담(菜根譚)이라는 책이 있다. 중국 명나라 말기 홍자성(洪自誠)이 지은 책으로 채소나물이나 풀뿌리처럼 변변치 않은 이야기라는 겸손이 담겨 있지만 짧은 경구(警句)로서 큰 감동을 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지혜와 인생의 처세를 가르쳐 주는 금쪽같은 글이다.

 

여기서 채근은 보잘 것 없는 나물로 소박하고 욕심 없는 삶의 태도를 상징할 수도 있을 게다. 그리고 채근담에 실려 있는 짧은 한 마디 한 마디는 고단한 삶에 위안을 주고 힘을 실어 주기도 한다. 짧은 단문(短文)이기에 장문(長文)보다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맛이 있고 전하는 울림이 강하다.

 

용남고 교문 옆 플랜카드 게시대 맨 위에는 1년 365일 내내 붙어 있는 구호가 있다. 바로 ‘과정은 억세고 끈질기게, 결과는 비우고 편안하게’이다. 상단에는 행복한 학교문화를 위한 우리들의 캐치프레이즈라 적어 놓았다. 용남고 학교구성원의 좌우명인 셈이다. 양쪽에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문구를 진학습대천명(盡學習待天命)으로 바꾸어 놓았다.

 

나는 훈화할 때마다 이 경구를 활용한다. 항상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편안하자는 것이다. 초월하여 무관심하자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담담하고 겸허하자는 것이다. 결과는 하늘의 뜻에 달려 있으니 마음을 비우고 편안히 기다리자는 것이다. 어떤 결과든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새출발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결실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정에 최선을 다했으면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일이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아름다운 과정을 추하다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운동선수가 열심히 훈련하였으면 메달에 상관없이 박수를 쳐 줄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땀 흘린 과정을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게 해 주자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 교육계의 화두는 행복교육이다. 이 경쟁시대, 경쟁사회에서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위해선 어떤 교육정책과 리더십이 필요할까? 교과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해서 등급으로 대학 합·불합을 결정하는 이 시대상황에 행복을 꽃피게 할 묘책은 무엇일까? 답은 명료하다. 목표를 과정에 두고 고생이 되어도 친구와 신나고 즐겁게 어울려 함께 동아리, 봉사, 자치활동을 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한 전제요건으로 대입에 비교과성적을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돼야 한다.

 

나는 교장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학교 캐치프레이즈를 꼭 물어본다. 잘못해서 불려왔어도 혼내는 대신에 이것을 물어본다. 과정에 최선을 다했으면 당당하라고 말해 준다. 그러면서 “과정을 ‘억세게’ 하는 사람은 수업시간에 졸지 않는다.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한 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고 집중한다. 또한 과정을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 밤늦은 야간에도 인내하며 자기주도학습에 참여한다.”는 말을 꼭 덧붙인다.

 

요즈음 교육계의 패러다임은 급변하고 있다. 결과중심에서 과정중심으로, 교사중심에서 학생중심으로, 강의식 교수에서 발표식 학습으로, 수동적 듣기수업에서 자발적 토의토론수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입전형에서도 교과성적과 수능성적 중심 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는 것도 학교교육과정 참여를 중시해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 발표수업에 열심히 참여한 학생이 강의를 열심히 들은 학생보다 우수하다는 보고도 나왔다.

 

여러 전형방법에서 중간과정을 무시하고 선택형 필기시험 성적만을 전형자료로 삼는다면 학생의 됨됨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시험성적보다는 인성 즉 사람됨이 어떠한 가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대입전형도 바뀌고 있고 당연히 바뀔 일이다. 그만큼 중간과정 평가자인 선생님의 권위와 역할이 중요하다. 아울러 이를 학생부에 문장식으로 세세하게 기록해야 하는 선생님의 책무 또한 수고로운 일이다.

 

이제 올 수능시험도 끝났다. 지진으로 1주일 연기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참으로 고생 많았다. 그러나 성적에 너무 연연하여 인생의 모든 것이 달려 있는 것처럼 집착하지 말았으면 한다.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일이다. 중간과정에서 갈고닦은 실력과 역량이야말로 사람 됨됨이를 영원히 지켜줄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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