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戊戌)년 황금개띠의 해가 밝았다. 『58년 개띠』라는 시집이 있다. 1992년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노동자 시인 서정홍의 시집이다. 6·25한국전쟁 이후 아기들이 정신없이 태어나는데, 그 절정기가 1958년이었다.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우리나라 연령대별 인구 중 최고봉이 ’58년 개띠들이다.
한때 이런 절정기가 있었건만, 이제는 저출산 문제가 대한민국의 최대 고민거리로 대두되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둘도 많으니 하나만 나서 잘 기르자고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먹고살기 힘드니까, 자녀수를 줄여서라도 식량난을 해결하려 했던 정책이다. 새천년인 2000년 63만여 명의 출산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2017년에는 36만 여명이 출산되었다. 어느 새 대한민국 출산율이 세계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가 2032년에는 생산 가능한 인구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청년층의 노인 부담이 4배로 늘어난다는 통계도 나왔다. 저출산의 문제는 노인부담 문제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 사회 안보 문제로까지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 당장 나의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하거나 방치한다면, 몇 년 뒤에 닥칠 재앙은 고스란히 우리 자식들의 몫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10년간 출산 장려를 위해 80조가 넘는 혈세를 퍼부었다. 2020년까지는 1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2016년)한 바가 있다. 올해 달라지는 여성·육아·보육 정책도 무려 21가지에 달한다. 법무부에서는 이혼 후 3백일 내 출생한 자녀에 한하여 전 남편이 아닌 생부를 아버지로 출생신고 가능 간이한 절차를 마련한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 취약·위기가족 서비스 지원을 한층 더 강화해가는데, 한부모(미혼모·부 포함) 가족 아동양육비 인상, 아이돌봄 지원사업 정부지원 확대, 전 연령에 걸친 공동육아나눔터 운영 지역 확대 등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보육료 9.6% 인상으로 영유아 보육료 지원을 강화하고, 지자체가 설치·운영하는 산후조리원 설치기준도 완화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출산전후휴가급여 상한액을 150→160만원으로 인상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지원 수준을 통상임금 60→80%로 인상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량공세가 과연 출산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까지는 미지수다.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과연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필자는, 정답이 청년들에게 있다고 본다. 77만원 세대라고도 일컬어지는 요즘 청년들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일자리라고는 대부분 계약직들이라서 2년이 되면 퇴사해야 한다. 임금은 최저임금이고 다시 일자리 찾으러 고민해야 되니까 결혼은 고사하고 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정규직으로 일자리를 얻는다 하더라도 결혼비용, 주택비용, 자동차, 통신비에다 자녀교육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자녀 출산은 엄두도 못낸다. 이게 2017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자화상이다.
정부는 정책우선 순위를 바꿔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국방안보를 제외하고는, 일자리와 출산장려 정책이 최우선 돼야 한다. 평생 벌어도 서울에서 집 한 채 갖기 어려운 지금의 구조에서는 백약 처방이 무효다. 결국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주택의 공공화로 국민들이 주택에 쏟아붓는 비용을 줄여줘야 할 것이다. 더불어 유럽의 여러 나라처럼 자녀들을 대학까지 국가가 책임져 주어야 하며, 노후에도 국가가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러자면 좋은 일자리를 통해서 생산 활동이 가능한 시기에는 세금을 더 내게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전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들과 소통하고 설득하여 국가 미래를 위하여 획기적인 발상과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누구는 그런 정책 펴기 싫겠느냐? 우리 정서에 부합하지도 않거니와, 현재 상황에서 그럴 재원을 어디에서 확보할 수 있겠는가?” 이런 반론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눈을 돌려서 사회복지 선진국인 서구권을 살펴보자.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국민소득이 2만불 이하 때부터 이러한 정책을 펴왔다. 안 된다고 하면 될 일도, 돼줄 리가 만무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단기 묘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청춘남녀의 진솔하고 리얼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찾아내는, 그리하여 『58년 개띠』가 부활되는 『18년 황금개띠』의 해가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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