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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주 발행인
마을 사람들은 김장 차례가 정해지면 집집을 돌며 김장 품앗이를 한다. 배추를 갈라 소금에 절일 때도, 차가운 물에 절인 배추를 씻을 때도 빨간 고무장갑을 낀 아낙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일손을 돕는다. 어떤 이는 손끝이 맵고, 어떤 이는 간을 잘 맞추고, 어떤 이는 허드렛일을 잘하며, 어떤 이는 입담과 노래로 흥을 돋운다. 두어 집 김장을 돌고 나면 밤새 끙끙대기도 하지만, 아낙들은 마을 김장 다 마칠 때까지 알아 눕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이 담근 김장김치는 도시로 보내져, 자식과 손자손녀 들 겨우내 먹을 양식이 된다. 우리가 매년 치르고 있는 가을 김장은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네 미풍양속(美風良俗)이다.
행사와 봉사는 차원이 다르거늘
논산시 한 사회단체에서는 매년 어려운 사람들에게 김장을 담가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도 300포기(600kg)의 김장을 하여 읍면동 220곳의 어려운 이웃에게 김장을 나누어 주었다. 참으로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들이 자랑스럽게 제공한 보도자료를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그들은 매년 600만원의 시비를 받고 1백만원의 자비를 보태서 김장담그기 봉사를 했다고 한다. 총 7백만원으로 600kg의 김치를 담궈 220가정에 나눠준 셈이다. 단가를 계산해보니 김장김치 10kg에 116,666원이 들었다는 얘기다. 20여명의 인원이 무임금으로 이틀간 투입된 결과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족이 늘면서 김치를 홈쇼핑 등에서 판매한 지 오래다. 필자 가족도 가끔 김치를 구매하는 편이다. 맛도 제법이고, 무엇보다 김치 담그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좋았다. 홈쇼핑 김치가격은 10kg에 보통 35,000원 정도 한다. 이 둘을 비교해보니 점입가경, 인건비도 들지 않는 김장담그기 봉사비용이 시중 김치값의 3배를 호가한다는 것은 삼척동자가 봐도 어불성설이다. 본지에서 가격이 비싼 이유를 물어보았다. “배추값이 비싸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이 돌아왔다. 팩트체크를 해보았다. 농협 지역본부에 따르면, 올여름 상품(上品) 한 망 3포기에 2만3천원까지 치솟던 배추도매가가 현재 5천4백원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배추값이 곤두박질한 것은, 배추 성장 시기에 이렇다 할 태풍이 오지 않았고 여름 이후 날씨가 좋아서 시장에는 푸짐한 채소가 차고도 넘쳐나고 있다.
이렇게 1,500포기의 김장을 하면서 계룡시에서 고작 250만원의 실비만을 지원 받고 있다. (계룡 250만원=1,500포기) vs. (논산 700만원=600kg) 이 둘을 단순 비교할 수만은 없겠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더라도 이 둘 중에서 어느 게 봉사이고 어느 게 흥청망청 김장체험인지 명약관화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작각서아(雀角鼠牙)라는 말이 있다. 참새의 뿔과 쥐의 어금니를 이르는 말이다. 참새는 뿔이 없고 쥐는 앞니뿐이지만, 뿔 없는 참새가 지붕을 뚫고 어금니 없는 쥐가 담장에 구멍을 낸다. 매년 복지예산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사와 관계자들이 부쩍 늘었다. 대한민국에서 운전면허증 다음으로 많이 발급된 국가자격증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행위는, 영리단체에서 해도 지탄의 대상이다. “약자를 위한 봉사”라는 미명 아래 생겨나는 ‘참새의 뿔’과 ‘쥐의 어금니’는 이제부터라도 구별해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논산계룡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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