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특별상 ‘나의 영웅! 아버지’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25/05/05 [10:45]

제21회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특별상 ‘나의 영웅! 아버지’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25/05/05 [10:45]

 

계룡시는 ()한국문인협회 계룡시지부(지부장 김미경) 주관으로 제21회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현상공모 수상작을 선정하고, 오는 510일 시상식을 개최한다. 올해는 시 부문 465, 소설 부문 74, 수필 부문 83편 등 총 622편의 작품이 접수되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한편, 계룡시민에게 수여되는 특별상에는 시 부문에서 백승인의 「춘설」, 수필 부문에서 이청일의 「새로운 고향 계룡에서 찾은 행복」, 김재준의 「나의 영웅! 아버지」가 선정됐다.

 

▲ 김재준     ©

  

나의 영웅아버지

  

어릴 적, 나의 아버지는 영웅이었다. 아버지는 휴일만 되면 나의 손을 잡고 오락실을 데리고 가셨고, 덩치가 큰 형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말고 신나게 게임 하라고 몇 시간이고 내 곁을 지켜 주셨다. 그러면서 게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나보다 더 즐거워하는 표정이셨다. 나의 눈에 그러한 모습은 세상에서 제일 힘세고 듬직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맥가이버 못지않은 손을 지녔었다. 부서진 장난감이며, 집안 구석구석 고장난 것이며 전부 아버지의 손을 거쳐 멀쩡하게 바뀌곤 했었다. 그런데다 내가 무엇엔가 마음에 생채기라도 생기면 희안하게도 아버지의 말씀 한마디에 내 가슴속 상처가 씻은 듯 새 살이 돋아나곤 했었다. 아버지는 모든 면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 주셨다. 

그런 아버지가 계셔서 나의 어린 시절은 두려움도 없고 자신감이 넘쳐났던 것 같다. 언제라도 아버지 손을 잡을 수 있는 한 세상 어디에서도 안전하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아버지는 내 삶의 견고한 성벽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나의 견고한 성벽에 조금씩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위장관기질종양이라는 희귀암 진단이 내려진 이후 7년의 세월을 표적치료제를 복용하며 지내셨다. 천성이 밝으신 아버지는 머리털이 다 빠지고, 기억력이 안 좋아지고, 기운이 옅어지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웃으셨지만 웃을 때조차 눈가에 힘이 없다는게 느껴졌다. 그러나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색소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고 연습을 꾸준히 하시며 산책도 다니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긍정적 삶을 놓지 않으시려 노력하셨다.  

하지만 오랜 기간 표적치료제 복용이 원인이었는지 2년전 후반기에 이르자 아버지의 건강이 더욱 악화 되었고, 급기야 염증 수치가 올라가면서 뼈가 보일 정도로 점점 야위어만 갔다. 배변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아버지를 위해 무엇도 해드릴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 밤마다 뒤척이며 울었다. 마침내 그 몹쓸 놈의 병마가 아버지의 생기마저 조금씩 빼앗아 가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마저 일었다. 

그러한 상황이 지속되던 지난 해 3, 기적처럼 내 딸아이가 태어났다.

10개월간 엄마 품속에서 여행을 끝낸 딸은 빛이 내리는 이국적 공간을 어색해 하듯 울고 있었고, 내 마음도 기쁨과 반가움으로 일렁거렸다.

다음 날 얼굴의 붓기가 빠진 딸아이를 보는 순간 아기의 얼굴에서 너무나도 사무치게 그리운 아버지의 건강한 모습이 겹쳐 보였다. 새하얀 피부에 곱슬머리, 오똑한 코... 너무도 온화하고 편안한 내 아버지 모습이 내 아이 얼굴에 겹쳐 보이다니! 애써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버지의 수척한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서 건강했던 시절의 아버지 모습이 가물가물 했던 내게 다시금 나의 영웅과의 추억들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딸아이 백일 되던 날, 아버지께서 기적적으로 장루 수술을 받으셨다는 연락이 왔다. 손녀를 보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아버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만 같았다. 첫 손녀의 백일을 함께 하지 못하셨다며 장루를 찬 자신이 서럽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그 눈물 속에 손녀를 향한 애정이 담겨있었다. 아버지의 눈빛에는 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고 얼굴마저 밝아 지셨다.

그 후, 아버지의 몸과 행동에 서서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병마 앞에서 쉽게 웃지도 못하시던 분이 손녀 앞에서는 미소가 깊어졌다. “우리 손녀, 할아버지를 쏙 빼닮았네! 하하.” 하시며 내 기억 속의 말투와 웃음소리로 자신의 손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곤 하셨다.  

돌이켜 보면 아버지는 그런 분이셨다. 삶이 버거울 때에도 허허!’ 웃으시며 더 먼 미래를 바라보시던 웅장한 성벽 같은 분... 나는 진작에 알지 못했다. 아버지께서 외마디 비명 한번 못 지르고 병마와 싸우는 고통 속에서도 손녀와 함께 보낼 미래를 꿈 꾸고 계시다는 것을. 손녀의 옹알이를 들으면서 아버지는 힘없는 목소리로 한 박자 늦게 대답하고, 안아 달라고 손을 뻗으면 자신의 왼쪽 복부에 꽂혀 있는 장루를 피해 오른쪽으로 안아줬다. 그러나 한 박자 느린 그의 대답과 머뭇거리는 행동에도 딸애는 괜찮아요. 할아버지라고 말하듯 개의치 않고 할아버지 품에 폭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버지께서도 손녀의 그런 모습에 화답하듯 더 큰 목소리로 또렷이 대답하기 시작했고, 더 오래 안고 있을 힘을 가지기 위해 운동도, 식사도 더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성벽의 균열이 딸아이의 재롱 앞에서 다시 견고해져 가고 있다는 믿음마저 생긴다. 

그렇게 서로를 보듬고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세월이 흘러, 내 어린 시절 듬직한 아버지의 모습은 비록 흐릿해졌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내 영웅이고, 이제 그 영웅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딸의 눈에도 아버지는 영웅으로 각인될 것이다. 그리고 내 딸에게 이렇게 말 해줄 것이다.

 

네 할아버지는 나의 영웅이였어. 그리고 할아버지는 지금, 너의 영웅이 될 준비를 하고 계시단다.”

  

▲ 인목 권현칠 작가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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