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사법부의 제한이 ‘주권자의 시간’을 넘어설 수 없다법의 이름으로 주권을 넘보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이재명이라는 이름에 얽힌 사법의 아이러니”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이재명만큼 사법적 운명을 극단적으로 경험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로부터 동일한 법률 조항에 대해 5년 사이 두 번의 판결을 받는 진귀한 사례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유무죄를 넘어, 사법부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주권을 어디까지 존중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시금석이 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른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하여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하는 데 있어 “표현의 자유”를 핵심으로 해석하며, 선거는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어야 민주주의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이 판례는 하급심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 다수의 판결에 인용되었다. 그러나 이번 조희대 대법원장의 주재 하에 내려진 새로운 판결은 그 기준을 뒤엎었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나,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거짓말은 보호받을 수 없다”며, 허위사실의 판단 기준을 ‘표현의 자유’가 아닌 ‘일반인의 인식’에 둔 것이다. 즉, 어떤 표현이 허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전문가나 법조인의 관점이 아니라, 일반 유권자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뒤집힌 판례, 사법의 정당성은 어디에 있는가”
문제는 이 판결이 기존 판례를 사실상 정면으로 뒤엎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명확한 “판례 변경”을 선언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사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법치주의 원칙에 비춰볼 때 이는 매우 이례적이고 위험한 접근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문 어디에도 법리적 근거나 조항 변경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단지 '원심이 법리를 오해했다'는 간략한 언급만 있을 뿐, 왜 전원합의체의 기존 해석이 더 이상 타당하지 않은지, 사회적 환경 변화나 법 해석의 사정 변경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뿐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례를 변경한 데에는 명확한 사회적 합의나 새로운 입법적 근거가 필요한 것이 원칙이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사실심리가 아닌 법 해석과 적용을 담당하기 때문에, 그 판단은 반드시 법리적 설명에 기초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마치 “결과를 정해 놓고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다”는 식의 재판처럼 보였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의 재판에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처리하자 법원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초래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하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 판사도 "30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고 비판하며,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 했다.
“지금은 주권자의 시간,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국민이 60~70년대 과거처럼 법조인이나 관료의 판단을 묵묵히 수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거듭 말하지만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지금의 유권자는 정보를 직접 분석하고, 정치적 맥락과 사회적 흐름을 고려하며 종합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들은 이 모든 것을 감안해 선택을 하는 것이고, 사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사법부가 판단의 권한을 쥐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정치 행위'라 단정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주권은 '대법원'이 아닌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일반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면서도, 실제 판결은 국민 다수가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이러니하다. 이는 사법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법이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특히 선거에 있어 허위사실공표죄는 검찰의 선별적 기소와 맞물려 ‘정치적 무기’로 악용될 여지가 다분하다.
"표현의 자유와 사법의 균형,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와 '허위사실 공표' 사이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하나의 전원합의체는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하고, 또 다른 전원합의체는 ‘일반인의 관점’을 들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한다면, 법의 해석은 중구난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법의 통일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사법부가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사안에서 ‘법의 이름’을 빌려 일방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곧 정치적 개입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 판단은 국민이 아닌 사법부가 정치적 선택을 대신하겠다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진흙탕 싸움이 되어버린 정치 현실 속에서, 법원이 해야 할 역할은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룰’을 설정하는 것이지, 정치의 한 축이 되어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주권자인 국민의 시간이다. 국민은 더 이상 수동적인 피지배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정치의 주체이며 결정권자다. 사법부는 그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법은 그들의 삶을 공정하고 안정되게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존재해야 한다. '법치'가 기득권 엘리트의 이익을 지키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법의 권위는 무너지고 사회적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이번 판결이 가져온 여진은 단순한 법률적 논쟁을 넘어, 사법권력의 역할과 한계를 다시 묻게 만들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나라에, 진정한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정치적 발언이 법의 이름으로 탄압당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국민의 주권을 사법이 침범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지금은 주권자의 시간이다. 사법부가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을 제한하는 '어떠한 행위도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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