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따라 삼백리-4] ‘힘쎈충남’과 이팝나무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25/05/14 [12:09]

[이름따라 삼백리-4] ‘힘쎈충남’과 이팝나무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25/05/14 [12:09]

 

  

민선8기가 들어서면서 ‘힘쎈충남’이 출범하였다. 2022년 6월이니까 2년이 꽉 차간다. ‘힘쎈’이라~~ 충청도가 대체로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보이니까 새 도지사는 충남에 좀더 강한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힘 센’으로는 부족하다 보아서 ‘힘 쎈’을 등극시킨 거로 짐작해 본다. 

이런 배경과는 상관없이 국어교사는 수업시간에 좀 당황스러울 거 같다. “쎄다”를 국어사전에서는 ‘세다’의 방언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언어 생활에서 무엇을 강조하다 보면 목소리가 커지고 발음이 ‘쎄어지는 경향’도 있다. 대부분 그러하다. 

 

이밥, 조밥에서 ‘밥’이 왜 ‘팝’? 

 

국어시간에는 경음화 현상(硬音化; 된소리)이니 격음화 현상(激音化;거센소리)이니 하는 것을 가르친다. 자연스러운 발음현상들이지만, 그러나 그 용례에 ‘쎄다’까지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신임 충청도백이 도정에 필요하여서 쓰겠노라면, 그건 그대로 받아들여야할 현실 같다. 

입춘도 훌쩍, 5월 5일 입하도 휙휙 지나가버린 즈음, 충남 어느 도시나 도심은 온통 백색천지다. 그냥 가로수로려니 여겨지던 이팝나무가 일제히 흰색을 뿜어내서다. 오염됐던 마음마저 순백으로 순화되는 느낌이다. 이팝나무를 검색해 보니, 이름 유래가 둘로 나온다. 

그 중 하나는 입하(立夏)설.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 무렵에 꽃이 피어서 '입하나무'라고 불렸는데, 이게 ‘이파나무’가 되고 또다시 ‘이팝나무’로 변했다는 설이다.  그럴싸해 보이긴 하지만 내 성에는 차지 않는다. 이밥(쌀밥)설은 하얀 꽃이 마치 쌀밥처럼 보여서 ‘이밥나무’라고 불렸다는 것이다. 쌀이 귀했던 시절이라서 그렇게 불렀다는 것인데, 조(粟)팝나무와 연계해서 보면 이밥설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밥이 왜 이팝이 되고 조+밥이 어이하여 조팝이 되었을까? AI(리튼)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 답변을 종합해 보니 ‘팝’으로의 변화는 단어 내부에서 일어나는 된소리화(경음화) 현상이라고 정리해준다(‘어휘 내적 경음화’에 해당). 방언의 영향도 한몫 한단다. 경상도 방언에서는 ‘밥’을 ‘팝’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나?  

 

  

저무는 쌀밥시대의 보약과 진짜 쎈놈

 

경상도가 거론돼서 말인데, 이팝나무가 전국 가로수로 보급된 데에는 특정 정부 시기에 이팝나무 보급이 대폭 늘었다는 일각의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소위 찌라시 수준의 정보이긴 하다. 2009년 산림청 보도자료를 보면, MB가 참석한 나무심기 행사에서 이팝나무를 포함한 여러 수종을 심었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다. 그 이전 광주 5·18 민주로에는 1995년부터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심기 시작했다 한다. 박근혜 시절인 2013년 청와대에 이팝나무를 심었다는 기록도 있는 걸 보면 이팝나무는 특정 정부의 보급품이라기보다 역대 정부에서 골고루 선호된 인기목 같기도 하다. 

인기종으로 부각한 이유로, 이팝나무가 우리나라 토종이라서 기후에 잘 맞으니 도시에서의 환경 적응력도 좋고 관리도 쉽다는 점이 손 꼽힌다. 중국어로는 꽃이 술장식(流苏) 같이 생겼다고 해서 유소수(流苏树)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히토츠바타고(ヒトツバタゴ)라 부르는데, 물푸레나무와 닮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이팝나무에는 슬픈 전설도 있다. 시어머니에게 매를 맞고 죽은 며느리의 무덤 위에 핀 나무라는 이야기다. 며느리가 이밥을 실컷 먹고 싶었던 소망처럼 죽어서 하얀 이밥 같은 꽃이 피었다는 전설. 요즘 같이 쌀소비가 줄어든 시대에는 공허하게 들린다. 

  

  

이팝나무든 어떤 꽃이든, 꽃말이 있고 전설도 따라다닌다. 이러 저런 이야기들이 오랜 세월 걸쳐서 전해온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거 같다. 그런데 인간의 관점이 아닌, 정작 그 식물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나는 가만 있는데, 나는 나일 뿐인데, 사람들은 나에게 왜 이러저런 말들을 하지?” 국어시간에 배웠던 감정이입이 답이 되려나! “식물과 소통하는 대화법”은 여럿일 거 같다. 

자색(紫色)의 계절 5월에 흰 꽃들도 질세라다. 국수나무, 쥐똥나무, 찔레꽃, 산딸나무, 때죽나무, 백당나무, 산사나무, 층층나무.... 하얀민들레에서 애기똥풀꽃.... 자연은 각양각색이건만 인간은 획일화, 단일화 타령이다.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다. 차제에 선비나무가 어울렁더울렁일 충청도도 각인각색의 저력을 한껏 발산하여 힘이 세어지면 좋겠다. 

 

- 이진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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