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버스 타고 아지트로, 책으로 떠나는 전주 도서관 여행
[전주시 완산구 백제대로 306]
전주를 여행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많은 이들이 ‘전주한옥마을’을 꼽을 것이다. 고즈넉한 한옥 골목과 한복 입은 관광객, 그리고 청년 창업 가게들이 가득한 풍경. 그러나 전주는 그 이상의 깊이를 지닌 도시다.
“전주여행에서 전주한옥마을을 빼면 뭐가 남을까?”
이 질문에 대한 전주의 대답은 간단하다. ‘전주 도서관 여행’이다.
2021년 6월,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라는 슬로건이 걸린 플래카드가 도시 곳곳에 내걸렸다. 처음엔 “전주 사람들은 이런 도서관이 있어 좋겠다”는 부러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곧 입소문이 전국으로 퍼졌고, 2022년 전주시는 전국 최초로 ‘도서관 여행’이라는 이름의 정식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주 도서관 여행팀은 도서관을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삼고, 공간 해설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해 코스를 개발했다. 해설사를 양성하고, 복합문화시설 체험, 야간 여행 코스 등을 도입해 도서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물 위에 뜬 책의 정자, 연화정도서관
전주 도서관 여행의 대표 도서관은 단연 연화정도서관이다.
덕진공원 연못 한가운데, 전통 석교 연화교를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이 한옥 도서관은 ‘정자’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간이다. 기둥을 물속에 박아 마치 연못 위에 떠 있는 듯한 구조는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배를 연상케 한다.
도서관 내부에는 ‘점·선·면 그리고 여백’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적 미학을 담은 2천여 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다. 풍경과 책, 여백과 감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독서는 더 이상 텍스트만 읽는 행위가 아니다.
매주 금·토요일 밤마다 펼쳐지는 미디어아트쇼 덕분에 연화정도서관은 전주의 야경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각기 다른 색깔의 도서관, 각기 다른 감성의 공간
전주의 도서관은 그 자체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시(詩)를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특화 도서관이다. 숲속 오두막 같은 외관과 자연 풍경 속에서 시와 사색을 만난다.
아중호수도서관은 국내 최장 곡선형 건축물로, 호수를 바라보며 LP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 특화 도서관이다. 음악 자료만 무려 1만 5천여 점.
동문헌책도서관은 헌책의 가치를 되살린 공간이다. 만화·보드게임존은 물론, 작가 친필 원고와 추천도서를 전시해 책 애호가들의 성지를 자처한다.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여행자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 1층은 여행 도서와 지구본, 2층은 영상과 음악으로 꾸며진 휴식 공간, 지하는 나만의 아지트 같은 독서방이다.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예술인 마을에 위치한 문화 복합 도서관으로, 갤러리와 카페가 함께 어우러져 그림 같은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우주로1216은 전주시립도서관꽃심 안에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12~16세만 이용 가능한 ‘비밀 아지트’ 같은 곳으로,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 참여자만 입장할 수 있다.
도서관 여행, 지금이 가장 좋은 때
2025년 전주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1일까지, 매주 토요일 운영된다.
하루코스는 △완전오감 △완전책틈 △완전여백, 반일코스는 △책풍경 △책그림 △책여행 △책예술로 나뉘며, 자연·여행·예술·그림책 등 참가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이번 주말, 한옥마을 대신 ‘도서관’을 여행지로 삼아보자.
조용하지만 감성 가득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나만의 시간을 채우는 여행. 빨간색 도서관 여행 전용 버스를 타고, 전주의 도서관들을 아지트 삼아 떠나는 특별한 하루는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 여재민 기자
-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저작권자 ⓒ 논산계룡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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