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손바닥의 '王' 자, 우연이 아니라 통치 철학의 예고편이었다

기억하기 싫지만, 끝내 기억해야만 하는 12·3 계엄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25/12/09 [21:24]

[소통공간] 손바닥의 '王' 자, 우연이 아니라 통치 철학의 예고편이었다

기억하기 싫지만, 끝내 기억해야만 하는 12·3 계엄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25/12/09 [21:24]

 

12.3 계엄 사건은 한국 현대정치에서 가장 이례적이고 위험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권력의 일탈이 아니라, 한 지도자가 현실을 해석하는 방식과 통치 철학, 그리고 국가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그래서 12·3 계엄은 한국 민주주의가 마주한 가장 뼈아픈 질문을 우리 앞에 내놓았다.

민주공화국의 최고 권력이 언제부터 이토록 가볍게, 이토록 무모하게 휘둘릴 수 있었는가.”

이 사건은 한 지도자의 오판이나 충동으로 축소시킬 일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최정점에서 일상적으로 작동하던 위험한 정치 습관 즉, 비이성, 예외 의식, 사적 충성의 정치가 폭발한 결과였다.

문제는 이 모든 징후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눈앞에 공개적으로 드러나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신호들을 별것 아닌 해프닝으로 치부했고,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되었다.

 

()” — 희극처럼 등장한 상징, 비극을 예고한 선언

 

대선 토론장에서 드러난 손바닥의 자는 단순한 기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윤석열이라는 정치인의 권력관을 상징적으로 응축한 장면이었다. 해명은 오락가락했다. 누가 적어줬는지도, 왜 지우지 않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중요한 것은 그 설명의 진위가 아니다.

핵심은 그가 그 상징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메라 앞에서 손바닥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하게 노출했다.

대통령 후보가 국가의 주권자로서의 시민이 아니라 왕의 자리를 염두에 둔 듯한 행위를 공공연히 펼쳤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경보음이었다.

그는 대통령제의 핵심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더 가깝다.

그에게 권력이란 견제받지 않는 힘, 비판을 무시할 수 있는 위치, 그리고 스스로의 감정에 기반해 움직일 수 있는 지위였다.

그 인식의 연장선이 바로 12·3 계엄이었다.

 

"()이성의 정치" — 주술, 충동, 그리고 사적 분노의 삼각구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통치는 합리보다 충동에 가까웠다. 논리보다 감정이 앞섰고, 판단보다 분노가 빨랐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초자연적 신념이 결합하면서 국정은 설명 불가능한 방향으로 기울었다.

김 여사는 스스로를 웬만한 무당보다 더 잘 본다고 말했고, 남편과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이는 개인의 취향이나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국가 의사 결정이 비이성적 조언과 사적 신념의 영향을 받았는가이다.

한국사에서 통치자가 초월적 해석에 의존한 순간, 국정은 어김없이 파국으로 향했다.

연산군은 공포정치 속에서 무복을 입고 무당과 함께 굿판을 벌였고, 광해군은 풍수 논쟁에 매몰돼 천도를 시도했다. 두 사람 모두 현실을 보지 않았고, 결국 반정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퇴장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제도적으로 훨씬 강하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탄탄해도, 최고 권력자가 현실보다 주술을, 절차보다 충동을 신뢰할 때 국정은 쉽게 균열된다.

12·3 계엄은 그 균열이 제도권 바깥까지 번져버린 순간이었다.

 

"12·3 계엄은 실패한 쿠데타가 아니라 발각된 국가적 위험이다"

 

일부는 이 사건을 실패한 쿠데타라고 부른다.

그러나 더 정확한 표현은 발각된 위험, 혹은 중단된 비이성의 폭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믿었다. “예외적 존재라는 자기 암시에 사로잡혀 있었고, 측근들은 그 믿음을 강화했다.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 정치적 고립, 내부 불신, 극단적 지지층 의존 등 이 모두가 결합하면서 계엄이라는 행위는 그의 정치적 탈출구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은 그렇게 단순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제도는 흔들렸지만 끝내 부서지지 않았다. 계엄 기도는 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가 최소한의 면역체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기억은 정치적 의무다" – 잊어버리는 순간, 역사는 다시 반복된다

 

12·3 계엄은 이미 끝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건이다.

손바닥의 '' , 주술 논란, 충동적 국정 운영, 반복된 비이성적 발언들.

이 모든 것은 경고였다. 그러나 우리는 설마 대통령이 그런 일을 하겠느냐는 나태한 믿음 속에서 그 신호를 무시했다.

민주주의의 최후 방어선은 시민이다.

기록하고, 분석하고, 다시는 같은 패턴을 국가 권력의 중심에 허용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12·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기억하기 싫다.

그러나 잊어버리는 순간, 그보다 더 위험한 2차 계엄이, 또 다른 국정 농단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기억은 민주주의의 의무다.

우리는 끝내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

 

▲ 전영주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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