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희 논산안·팎스케치- 3] 논산에서 머잖은 서천 & 익산 오가며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25/12/10 [22:24]

[신·영·희 논산안·팎스케치- 3] 논산에서 머잖은 서천 & 익산 오가며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25/12/10 [22:24]
 

 

충남 최남단인 서천 기벌포에서 벌어진 국제해전 
 
논산에서 출발한 승용차는 겨울바람과 함께 4번 국도를 달렸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은 황량하나 흔들리는 갈대가 쓸쓸한 마음과 함께하고 저 멀리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날개짓이 또 다른 희망을 노래했다. 충남의 곳곳을 알리는 이정표가 신기하고 반갑다. 박완서 작가는 “못 가본 곳이 아름답다”고 했다. 새로운 지역을 갈 때마다 그 분의 생각에 공감의 하트를 날려 보낸다.
 
몇 달 동안 논산에 거주하면서 주변의 여러 곳을 다녀보았다. 돈암서원, 탑정호, 미내다리, 옥녀봉 등 곳곳마다 숨은 이야기와 풍경이 있어 항상 새롭고 반가웠다. 넓은 들판의 풍요로움 때문일까? 논산에서 지내면서 부드럽고 넉넉한 품을 지닌 분을 많이 만났다. 이번 휴일은, 논산에 없는 바다가 그리워 서천으로 향하는 길이다. 
 
생각의 끈이 이어져 가는 동안 이정표는 홍산을 가리키고 있었다. 봇짐을 맨 아낙네의 그림 위로 ‘보부상의 고장’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 옛날 생계를 짊어진 우리네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치면서, 보릿고개 힘들게 넘길 때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지난한 세월을 숙연한 마음으로 되돌아보게 되었다. 겨울바람이 내 마음을 아는 듯 차갑고 황량한 기운으로 창을 두드렸다. 하지만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따뜻한 차 안은 오늘날의 풍요를 대변하고 있었다. 인생의 희로애락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생각의 끝 무렵 서천 특화시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을 빼곡히 메운 차들의 행렬을 보니 인기있는 시장 같다. 간택 기다리는 궁녀들처럼 줄지어 선 마른 생선들이 손님들의 발걸음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한편에서는 활어를 판매하려는 상인들의 호객행위가 한창이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지느러미 펄떡거리며 살아있음을 드러내는 생선과 우렁찬 음성으로 손님을 부르는 사장님의 모습은 같은 모습인 것처럼 느껴졌다. “시장에 오면 우울증 앓던 환자가 치유를 받게 된다”는 어느 책의 한 구절이 생각이 났다. 덩달아 나도 주말 하루가 신바람이 났다.
  

 

광어회와 매운탕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서천갯벌로 달렸다.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과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살랑거리는 물결이 끊임없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자연의 위력일까? 연인도 노부부도 끊임없이 삶의 언저리에서 다정하게 담소를 주고받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노라니 스카이워크가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바람을 뚫고 철교를 지나가니 역사의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천을 알리는 안내 문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서천군은 백제의 땅이며 충남 최남단의 서해안 중심지라고 했다. 한산모시문화제, 홍원항 전어큰잔치, 마량포 해돋이축제 등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기벌포해전전망대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생각해 본다. 7세기 중반 백제 일본 신라 당나라가 한반도의 패권을 놓고 전쟁을 하였던 동북아 최초의 국제 전쟁터였던 금강 하구 “기벌포”. 백제 멸망의 현장을 눈으로 보았다. 역사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모든 범주에 해당되는 것일까? 김홍신문학관에서 들었던 <거꾸로 백제사>에서는 어떻게 해석했을지 궁금해졌다.
 
저어새, 혹부리 오리, 노랑부리 백로....서천의 철새 그림들이 나에게 ‘다시 만나자’ 무언의 대화를 청했다. 노을 지는 서쪽 바다를 보고 싶다. 붉은 하늘 위로 날개짓하는 철새를 다시 만날 날 기약하며 기수를 논산으로 돌렸다. 
 

 

기차로 떠난 익산, 시티투어버스로 고스락
       
소금쟁이가 물 위를 가듯이 무궁화호 열차는 미끄러지듯 가고 있다. 논산에서 강경으로, 강경에서 함열을 거쳐 익산역에 닿았다. 소도시의 조그만 역이라 생각하고 내렸는데, 휘황찬란한 조명과 붐비는 인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관광안내소 정보를 이용해 익산 시티 투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익산의 명소를 소개하려는 시 행정의 도움은 1000원 버스로 귀결되었다. 익산역에서 출발한 순환버스는 원불교 총부, 고스락, 이상한교도소, 미륵사지, 고도한눈愛익산세계유산센터, 보석박물관, 왕궁리 유적 순으로 관광객을 안내했다.
 
지인이 볼 만한 곳이라고 소개한 고스락에 하차하여 입구에 들어서니 5000여 개의 숨쉬는 장항아리가 방문객들을 반겼다.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공간과 옛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장독대의 조화, 국악과 양악의 만남처럼 어색한 것 같으면서도 조화로웠다.
 
아빠와 딸은 투호놀이를 즐기고 엄마와 아들은 술래잡기를 하는 풍경이 정겹다. 그 옛날 바닷가에서 아빠와 함께 낚시를 하며 놀았던 기억과, 엄마와 평상에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유년 시절이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여행길은 즐겁고 새로웠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곳곳을 돌아보았다. 고스락은 “으뜸, 최고”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라고 안내판에 소개되어 있었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 은행잎이 널브러진 겨울 마당, 알싸한 공기가 조화를 이루며 고스락의 항아리는 더욱 소박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항아리 속에서 숨을 쉬며 익어가는 발효식품이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생명이라 생각하니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전망대 가는 길목에 구멍 뚫린 항아리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6·25때 인민군이 쏜 총으로 구멍이 뚫렸다는데 다행히 항아리 속에 곡물이 있어 깨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만약 그 속에 사람이 숨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남북으로 분단된 대한민국의 현실은 도처에 있나 보다. 날이 저문다. 예정된 시간에 마중 나올 시티투어 만나러 발길 돌린다, 앙증맞은 항아리의 배웅을 받으며.
 
익산역에 도착하여 다시 논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어김없이 돌아가는 길, 기차는 함열 거쳐 강경 지나 논산역으로 간다. 자작시 “기차 여행”을 마음 속으로 읊조리며 균일하게 반복되는 바퀴 리듬에 몸을 맡겨본다.
  
기차 여행
 
                                      - 신영희 
 
자장가 같은 조용한 울림
자궁 속 같은 포근한 흔들림
쓰다듬고 달래던 어머니 손길이다
 
설레는 마음 아름드리 실은 기차
생계를 걸머진 아버지 발자국처럼
여정을 향해 묵묵히 달린다
 
차창에 투영된 삶의 편린
스치는 산 풍경에 걸어 두고
고즈넉한 시간 달콤하게 즐긴다
 
여행객 고단함 대신 업은 채
쓰다듬는 바퀴 손길 고맙다
철로에 삶의 찌꺼기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
 
종착역에 내려서는 가벼운 발걸음
정중히 올리는 깃발 배웅 받으며
감사의 마음 눈인사로 화답한다
 
스르르 멈추는 커다란 몸체
목적지마다 쏟아지는 안착의 기쁨
개찰구 어귀에서 맞이하는 함박웃음
군중 속에서 꽃으로 피는 그대 얼굴
살가운 정이 가슴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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