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시민을 탓하는 행정, 질문을 잃은 "국방군수산업도시의 위기"

전영주 편집장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25/12/21 [16:49]

[소통공간] 시민을 탓하는 행정, 질문을 잃은 "국방군수산업도시의 위기"

전영주 편집장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25/12/21 [16:49]

 

통곡합니다. 논산시민이 답해야 합니다. 이런 날이 올까 봐 노심초사 피를 토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논산시민이 비겁할 때 논산은 무너졌습니다.”

백성현 시장이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이하 KDI)의 경북 영주시 방위산업 공장 신설 소식을 접한 뒤 내놓은 발언이다. 이 발언은 백성현 시장의 행정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감정은 넘치지만 사실은 없고, 책임은 흐릿하지만 분노의 대상이 분명하다.

이 논평은 '시민에 대한 분노'.

시장은 논산시 행정의 최종 책임자다.

성과가 있으면 시민과 나누고, 실패가 있으면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발언은 그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사실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도 없이 시민이 비겁했다고 규정하고, “시민이 답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태도는 행정 책임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언어다.

이는 설명이 아니라 낙인이며, 소통이 아니라 단절이다.

 

"분노하는 그 시간, 국회에서 진행된 팩트"

 

그 즈음, 전혀 다른 장면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1217(), KDI 정정모 대표는 국회를 찾아 황명선 의원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논산 기존 공장의 안전을 더욱 강화하고, 드론 양산 및 연구개발(R&D) 기능을 확대해 누적 최대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 안전 우려를 키우는 요소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긋고,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황 의원 역시 민주국가에서 산업시설은 주민 수용성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공장의 안정적 운영과 향후 산업단지 조성, 정부 정책 지원, 해외 판로 개척까지 함께 챙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면담에서 드러난 핵심은 명확하다.

KDI는 논산을 떠난 것이 아니라, 논산을 드론과 첨단 비폭발 기술 중심의 방위산업 거점으로 재편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가 KDI에 직접 확인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북 영주에 신설되는 KDI공장은 논산과 무관하게, 대전·보은에 분산돼 있던 재래식 무기체계 생산 라인을 통합·이전하는 성격이다. 애초에 논산으로 오기로 했던 시설이 아니다.

반면, 논산의 기존 공장은 안전시설을 보강해 유지하고, 새로 조성하려던 약 6만 평 부지에는 화약·폭탄 관련 시설이 아닌 드론, 로봇 등 첨단 비폭발 기술 중심의 R&D·생산시설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갈등만 조장하는 백 시장'

 

이런 사실을 시민에게 제대로 전달됐는가?

백 시장과 관련부서는 이 사실을 KDI와의 공식 대화에서 충분히 확인하고 있었는지 묻는다. 만약 확인하지 않았다면 무능의 문제이고, 확인하고도 설명하지 않았다면 책임 회피의 문제다. 어느 쪽이든 시민에게 분노를 돌릴 명분은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안전 때문에 머뭇거렸다는 프레임은 행정 책임을 교묘하게 흐린다. 시민이 던진 것은 반대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아이들과 주민의 안전은 어떻게 담보되는지에 대한 당연한 확인 요구였다. 이에 대해 답해야 할 주체는 시민이 아니라 행정이다. 그러나 논산시는 그 질문에 대해 신뢰할 만한 수준의 설명과 설득을 제공하지 못했고, 그 공백이 불안을 키우며 갈등으로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9(), 논산시의회 김종욱 운영위원장의 '5분 발언'은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한다.

김 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감정이 아니라, 행정이 확인하고 공개해야 할 사실이라며, “논산이 놓친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시민의 신뢰라고 지적했다. 이 말은 단순한 정치적 비판이 아니라, 행정의 본질을 짚는 경고였다.

 

"질문없는 행정, 시민을 탓하는 리더십"

 

방위산업은 더 이상 구호나 슬로건으로 유치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드론, AI, 센서, 배터리, 시험·인증 산업이 결합된 고도의 첨단 복합산업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것은 넓은 부지가 아니라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그리고 행정의 신뢰다. 그러나 지금 논산시는 갈등과 불확실성만을 외부에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점에 정부 역시 방향은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5일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 지역 균형발전과 첨단산업 거점 육성을 강조했고, 충남도는 논산 일원에 국방과학연구소(ADD) 산하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 건립 등을 통해 국방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중앙과 광역의 방향이 아니라, 이를 구체적인 전략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논산시에 있다.

논어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지금 논산 행정에 그대로 적용된다. '국방군수산업도시'라는 구호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필요한 준비와 설명, 그리고 신뢰를 놓쳤다. 선언은 넘쳤지만 전략은 부족했고, 자신감은 과했지만 질문은 없었다.

인간이 인공지능과 경주하면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지금 논산에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결합된 미래산업을 찬양하는 리더가 아니라, 미래산업을 통제하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리더다. ‘국방군수산업도시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하는가?’, ‘시민에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논산 행정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있다.

“KDI로 국방군수산업도시를 완성했다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모든 현실을 그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

질문 없는 행정, 시민을 탓하는 리더십.

그것이 지금 논산 국방군수산업도시 담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다.

 

▲ 전영주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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