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희 논산스케치- 4] 논산 강경에 스며들다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25/12/26 [20:14]

[신·영·희 논산스케치- 4] 논산 강경에 스며들다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25/12/26 [20:14]
 
논산 뜰을 지나 강경천을 건너 옥녀봉으로 향했다. 겨울 바람의 알싸한 기운인지 강경산 바위 얼굴이 더 차갑게 느껴졌다.
 

 

박범신의 소설 <소금>을 읽은 전 후의 느낌은 아주 달랐다. 소설 속의 주인공과 오고 가는 대화가 생생히 기억나면서 옥녀봉을 끼고 도는 금강 줄기의 무대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작가는 고향 논산에 내려와 2년의 침묵 끝에 작품을 발표하였는데, 거대한 자본의 세계 속에서 가족을 위해 붙박이 유랑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를 글 속에 담았다. 
 
그들의 사연과 인생이 다양한 맛을 지닌 소금처럼 펼쳐지는데 늙어가는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과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옥녀봉 뒤편 길에 세월의 흔적을 안고 앉아있는 소금집에서 작가의 향취를 느끼며 발길을 돌렸다. 
 

 

  

[옥녀봉구멍가게~봉수대] 옥녀봉 한켠에 오도카니 자리잡은 구멍가게에는 주인 할머니가 연로하신데도 불구하고, 과자를 판매하며 정확하게 거스름돈을 내어 주셨다. 정정하신 모습을 보니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에 가슴 한켠이 서늘해졌다. 못다 한 효도에 대한 회한이 강줄기를 따라 흐르는 것 같았다.
 
정자에 올라 논산의 정경을 보았다. 넓은 들판의 풍경이 지난 시절 기억의 한편으로 다가와 그저 마음이 푸근해졌다.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는 각박한 세상일망정 여유를 잃지 말고 살아가라고 등을 다독이는 듯 했다. 정자에서 내려와 봉수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에서 횃불과 연기로 소식을 전했다고 하니 그 시절의 유용한 전달 수단이 되었을 것 같았다. 전북 익산 광두원산의 봉수를 받아 황화산성, 노성봉수로 연락을 취하던 곳이라는 안내문을 보고 알게 되었다. 
  

 

  

[옥녀봉침례교회~소금문학관] 정자 바로 아래편에는 국내 최초의 침례교회 예배 터가 있어 성지 순례를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추운 날이라 그런지 그렇게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옥녀봉의 맑고 한적한 공간에서 예배를 드렸던 분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기도 하였다.
 
노을 진 풍경을 따라 옥녀봉과 한몸을 이룬 소금 문학관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면 포구에 닻을 내린 배의 형상으로 지어졌다고 했다. 문학관 입구에 “강경 소금을 말하다”  “달고 시고 쓰고 짜다 인생의 맛이 그런 거지” 라고 적혀 있는 글귀와 강경문화지도가 참 인상적이었다. 강경은 예부터 문화도시였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문학관에는 박범신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었고, 방문객들이 그림도구를 이용해서 그려놓은 문학관 그림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계단이 많은 강당이 있었는데 작가들이 강의하기에 안성맞춤인 시설 같았다. 천장이 높은 벽 한켠에는 “문학, 목 매달아 죽어도 좋은 나무”라고 적혀 있는데 박범신 작가가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감을 발표한 문구라고 한다. 글을 읽는 순간 작가의 혜안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금 크리스마스> 새로운 발상의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문학관 한켠에 마련된 반짝거리는 트리가 성탄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었다. 강경에서 맞이한 성탄은 옥녀봉의 풍경과 이야기를 업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금강 줄기 위로 넘어가는 저녁 햇살은 숨을 멈추고 그리움을 담고 있다. 지난 세월 속에 담긴 강경의 역사와 문화가 아련한 추억을 안고 논산 들판을 휘돌아 가고 있다. 옥녀봉 강경산의 겨울은 스산하지만 머지않아 따스한 봄이 올 것이라는 그림을 그리며 시 한 수 읊어본다.
 
 겨울산
             -신영희
 
아무 것도 없다
다 털어 버렸다
 
구겨진 지전같은 마른잎조차
바람은 앗아가 버렸지만
그예 아랑곳 하지 않고
하늘로 뻗어 있는 마른 가지
 
지나가는  햇살 한줄기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 모습 애처로워
동박새 날아가다 멈칫
깃털 세워 내려 앉았다 
 
잔설은 웅크리고 앉아
찬 기운 깊이 뿜어 내지만
청초한 여인 발자국 온기에
절로 녹아 내리는 겨울 한자락
 
무뚝뚝한 남정네 같은 바위마저
아리고 시린 등 슬며시 돌려댄다
어설픈 미소로 발자국 반기며
아리고 시린 눈 슬며시 감는다
 
얼음장 같은 칼바람 사이로
겨울 산은 냉랭한 얼굴 내밀다 말고
가지에서 움트는 생명 소리에 귀를 세운다
 
꽃향기 같은 여인의 분내음에
봄 벌써 온 줄 알고
멈칫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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