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림 귀농·귀촌 성공 모델을 찾아서(3)

나가사키 귀촌가정 성공 모델....‘가네코 농원’

계룡일보 | 기사입력 2012/10/06 [09:54]

일본 드림 귀농·귀촌 성공 모델을 찾아서(3)

나가사키 귀촌가정 성공 모델....‘가네코 농원’
계룡일보 | 입력 : 2012/10/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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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골프잡지 편집장 접고 부부 농원 일궈

일본 방문 첫 날(2012년 8월 25일), 오전과 오후 나가사키 현 오오무라 시(市) ‘팜 슈슈’(슈슈 농원) 등을 찾은 데 이어 2일째인 26일 오전 나가사키 귀촌 가정 성공 모델인 ‘가네코 농원’을 찾아 나섰다.
전날 방문한 슈슈 농원의 경우 귀농인 등 현지 농업인 8명이 법인을 설립, 인근 1백여 농가에서 생산한 각종 과일과 채소를 직판해 연간 1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농원은 50대 초반 직장인이 도시생활을 접고 부부가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 16년 동안 소박한 귀촌(歸村)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취재의 대상이 된 곳이다.
나가사키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30km 거리인 나가사키 시(市) 긴가이 오도 읍(邑)에 위치해 있다는 가네코 농원(金子農園). 오전 10시 30분 쯤 가이드 J씨와 함께 농원을 향해 40분 쯤 지났을 무렵 우리 일행은 산자락 초입과 마주쳤다.
대나무 숲과 수십 년 된 아름드리 나무들로 어우러진 비탈 굽이 길을 10여 분 간 오른 뒤에야 나지막한 야산 꼭대기에 이르렀다. 가네코 농원은 바로 이 야산 정상에서 300M 아래 바닷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좌우로 뻗어나간 야산이 농원을 감싸고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탁 트인 나가사키 만(灣)의 풍경에서 ‘마치 감춰진 보물’을 만난 듯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게다가 서늘한 갯바람과 주변 초목들이 우려내는 싱그러운 향기가 8월 한낮 더위를 금새 씻어줄 듯 상쾌함을 더해 줬다. 한 번 왔다 간 사람이면 꼭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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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 8부 능선쯤에 자리한 아담한 일본식 주택과, 이 주택과 바닷가 사이에 몇 채의 그린하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농원 입구에 이를 무렵 귀가 길게 늘어진 순하게 생긴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 치며 다가왔고 곧 이어 농원 여주인 가네코 키미고(65·金子君子)씨가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첫 인상이 고생 없이 곱게 나이 든 하얀 피부에, 흰머리가 반쯤 섞인 전형적인 일본 여성이었다. 그녀의 안내로 소박하고 검소하게 꾸며진 집(148평방미터)과 집에 딸린 차고, 농기계(농기구) 창고(82평방미터)와 공방, 인공 노천탕, 바비큐 시설 및 피자 제조 가마, 커피숍(40평방미터), 블랙베리·블루베리·무화과·산포도 밭(4,950평방미터), 딸기 등이 자라고 있는 그린하우스(990평방미터) 등을 둘러봤다. 부부 둘만의 힘으로 이토록 알뜰히 농원을 가꿨다는 게 놀라웠다.
“농원 문을 연 건 1996년 9월 1일 입니다. 16년이란 세월이 흘렀죠. 동경에서 골프잡지사 편집장을 지내던 남편(가네코 가즈에:金子數榮·당시 54)이 수 십 년의 도시생활에 싫증이 나 자나 깨나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정착해 살고 싶다고 했어요.
남편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마땅한 땅 물색에 나섰죠. 다행히 1994년 바닷가 야산에 쓸모없이 방치된 이곳을 만나게 됐고 이듬해 5월 이사를 와 살림집을 지었어요. 영농기계와 자재 등 농사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황무지 야산을 일군 뒤 그린하우스 시설에 이어, 농사정보 및 기술 습득 등 1년 간 철저한 준비 끝에 농원을 열게 된 겁니다.
6,600평방미터에 이르는 토지 매입, 주택 및 그린하우스 건설, 각종 농기계 및 농자재 구입, 하와이의 유명한 과일 ‘과바’를 비롯해 무화과·복숭아·산포도·자두·노랑딸기 등 20여 종에 이르는 각종 과수 묘목 구입 및 식재 등에 모두 3,000만엔(4억5,000만원)이 투자됐습니다.”
가네코 부인으로부터 농원과 관련된 저간의 사정을 들은 가이드 J씨는 엔화와 원화 환율이 15배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큰 투자는 아니라고 했다. 가네코 부인은 지난 해 5월 초 남편과 사별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땐 조그만 배로 바다에 그물을 쳐 고기도 잡고, 몇 식구가 먹을 만큼의 쌀농사도 지어 이웃과 나눠 먹기도 했단다. 올해는 힘에 겨워 고기잡이와 쌀농사는 손을 놓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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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보다 더불어 사는 새 인생 더 ‘즐거워’
차남부부와 새 꿈인 테마공원 조성에 도전
이런 가네코 부인에게 다행스럽게도 동경에서 식료품회사 과장으로 있던 차남 가네코 겐스케(金子健介·39)씨 부부가 어머니의 농장 일을 돕겠다고 올 3월 나가사키로 이사했다. 현재 실업수당을 받으며 일자리를 찾고 있는 그는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이 농장으로 달려와 홀로된 어머니의 농원 일을 거들어 주고 있다.
평소 가네코 부인에겐 강아지가 유일한 벗이다. 그녀의 적적함을 달래주려 차남 며느리가 올 5월 27일 시어머니 생일 선물로 준 거란다. 일본 토종인 나노가 산(産) 카이젠 종(種)으로 이름은 하나짱이라 했다.
농원에서 생산되고 있는 과채류 중 과일은 대부분 연중 판매가 가능한 잼으로 가공돼 인터넷이나 농원 내 커피숍을 찾는 손님들과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특히 ‘헤매로 가리스’나 ‘카쿠이모’와 같은 꽃 종류는 중국 튀김 요리의 주요 재료로 쓰여 그런대로 판로가 좋고 또 원산지가 남미인 ‘아피오스’ 허브 뿌리는 고급 호텔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하고 있단다.
연간 평균 소득에 대해 ‘그냥저냥 먹고 살만 하고 품위 유지는 될 정도’라는 가네코 부인은 중요한 것은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이웃과 더불어 즐겁게 사는 것이지 돈이 전부는 아니라며 농원을 통해 이웃과 나가사키 시민을 기쁘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편히 즐길 수 있도록 요즘 테마 농원 조성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로운 꿈에 도전한 것이다. 이런 의욕이 생긴 것은 차남 부부가 바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구상하고 있는 테마 농원은 한 마디로 체험 프로그램인 그린 투어리즘이다.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 자리한 이 농장에서 생산된 청정 과일과 야채를 소재로 무공해 식품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또 손님들로 하여금 직접 음식을 만들어 맛보게 함으로써 주변 풍광도 만끽하고 청정 음식도 즐기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이뿐 아니라 차남 부부의 아이디어로 청소년과 젊은 층인 10-30대를 겨냥한 새로운 개념의 피자와 바비큐 레시피도 개발했다. 피자의 경우 농원에서 생산되는 갖가지 과일과 채소가 소재가 되고, 바비큐 역시 이곳에서 재배되는 향기 좋은 각종 허브가 색다른 맛을 내는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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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할 일 많아요. 피자 가마와 바비큐 시설을 개선하고, 커피숍도 주변 경관과 어울리도록 인테리어를 해 변화를 줄 겁니다. 손자와 같은 어린이와 아기들을 위해 농원 주변 아름드리 나뭇가지 사이사이에 그네와 그네 침대도 더 만들어야 하고, 손님들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한 인공 노천탕 시설도 손을 좀 봐야 하고, 또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려는 손님들을 위해 농원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300여 미터의 오솔길도 정비를 해야 하는 등 정말 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어디 혼자서야 할 수 있는 일이예요. 다 차남 부부가 도와주기로 해서 일을 벌인 겁니다.”
할 일이 많다는 가네코 부인은 특히 요즘 남편이 타계한 뒤 1년여 동안 그만두었던 민박 사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그 빈자리가 너무 크더라고. 혼자 음식 장만하랴, 노천탕 물 데우랴, 바비큐 준비하랴, 너무 힘들었지. 그런데 올해 애들(차남 부부)이 가까운 시내로 이사를 왔잖아. 그래서 다시 시작한 거야.”
가네코 부인이 이 사업에 애정을 갖는 것은 맑고 경치 좋은 이 농원을 찾는 손님 중 많은 이들이 주말 숙박을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 가족단위의 손님을 들이고 있다. 숙박비는 따로 없고 4-5명 가족을 기준해 1박2식에 1인당 6만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이 모든 일이 잘 될 거라 봅니다. 비록 농장 규모는 작지만 여기에서 생산되는 갖가지 과채류는 그야말로 무공해 청정 산물입니다. 이를 전적으로 믿어 주는 고객과 시민이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소비자 또한 생산자를 믿어 주고, 이것이 큰 자산입니다. 그래서 손님들이 계속 찾고 있고, 이에 힘이 솟아 도전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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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등 각종 농산물에 대한 관세 장벽이 무너지면서 적지 않은 나라의 농업인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나 ‘귀촌 성공 모델’인 가네코 농원에 대한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 농민과 지역사회 구성원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과연 우리나라 농민은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지?, 소비자 또한 생산자를 믿어 주고 있는지?’ 이 대목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수익보다는 더불어 사는 인생이 더 즐거워 귀촌을 결심했고, 16년 동안 땀 흘려 일구고 가꾼 결실을 통해 이웃과 시민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다는 가네코 부인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특별취재반

<본보의 이 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하나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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