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짜 밥은 없다

공직선거법, 사건을 말하다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15/12/07 [12:44]

[기획] 공짜 밥은 없다

공직선거법, 사건을 말하다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15/12/07 [12:44]

A시의 기초의회 의장인 ㄱ씨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일정을 살폈다. 달력에 표기된 점심 약속이 이번 주에도 꽉 차 있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주민센터 직원, 주․정차 위반 단속반 등 관내 공무원들과 잇달아 점심 약속이 잡혀 있었다. 점심을 함께하는 사람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ㄱ의장의 지역구에 있는 공무원이거나, 주민들이었다.  
 
ㄱ의장은 이날도 자신의 선거구에 있는 주민센터 공무원 5명과 고깃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비는 12만원, 1인당 2만원이 넘는 밥값이 나왔다. 밥값은 ㄱ의장이 계산했다. 물론 자신의 개인 돈은 아니었다. 바로 의장의 업무추진비로 계산했다. ㄱ의장은 지난 2년간 이렇게 업무추진비로 공무원이나 지역구 주민들에게 30차례에 걸쳐 243명에게 400만원어치의 음식을 제공했다. 
    
관련 업무를 추진하라고 지급된 돈을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일까? ㄱ의장은 관행대로 업무추진비를 식대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밥을 먹는 자리가 아니라 간담회라는 해명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법원도 ㄱ의장이 아니라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기부행위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부행위가 선거에 임박해 이뤄지거나 현금 지급의 방식을 취한 것은 아니고 또 업무추진비 집행절차를 거쳐 선거구 내 공무원들과의 간담회 형식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면서 은근히 자신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지지를 유도하는 포석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이용될 우려가 상당한 행태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기부행위 상대방이 관내 공무원, 청원경찰, 주정차단속원 등으로 대부분 선거구 유권자이거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온 묻지마 업무추진비 사용에 제동을 건 것이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이다. 1993년까지만 해도 이른바 ‘판공비’로 불렸다. 따지고 보면 ㄱ씨의 업무추진비도 세금에서 나간 돈이다. 하지만 그동안 집행기준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래서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이나 ‘눈먼 돈’으로 여기고 쓴 게 사실이다. 동료 의원이 병원을 개업하자, 업무추진비로 선물을 보내는가 하면 심지어 의원들끼리 생일 떡 케이크를 돌리기도 했다. 또 다른 지역의 기초의회 부의장 ㄴ씨의 경우, 유독 특정 음식점에서만 주로 업무추진비를 썼다. 한 음식점에서 14차례에 걸쳐 480만원을 쓴 것이다. 조사해보니 이 음식점은 바로 ㄴ씨의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묻지마 업무추진비 사용이 문제 되자,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규칙의 핵심은 업무추진비를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내용으로 사용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규정했다. 예를 들면 이재민이나 불우소외계층 격려·지원이나 의정활동, 지역 홍보 등 9개 분야 31개 항목에만 쓸 수 있게 구체화했다. 이를 어기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규칙이 생겼다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기초의원이 자신이 속한 의장단의 업무추진비가 부적절하게 사용됐다고 폭로하자, 의장단은 부랴부랴 1천만 원을 반납하기도 했다. 
    
업무추진비는 눈먼 돈이 아니다. 유권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혈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자체별로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제정토록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 지갑에서 나간다는 생각을 한다면 허투루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제도 개혁 못지않게 의원들의 의식개선도 중요한 이유다.  
    
※ 본 내용은 실제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을 바탕으로 극화·재구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선거법 안내 및 위법행위 신고 - 논산시선거관리위원회 ☎733-1390>
  • 도배방지 이미지

PHOTO News
메인사진
[표지초대석] 딸기와 함께 자란 아이들
메인사진
[와이어아트 전시회] 이현 작가의 철선(鐵線)이야기
메인사진
[놀뫼 어린이 동화마을] 정재근 원장의 『풍덩말에서 온 작은 영웅, 을문이』 3
메인사진
[기획특집]오페라마 <인생사용설명서>가 던진 화두, "논산의 유산, 세계로 확장되다"
메인사진
[소통공간] 유권자의 시간, 그리고 책임의 무게
메인사진
[특별대담] 돈암서원 김선의 원장 "오페라마 <인생사용설명서>, 예학의 정신을 오늘의 삶으로 확장하는 문화적 선언"
메인사진
[여행을 찍다] 수로와 선로 사이, 태국이 건네는 ‘뜨거운 생명력’
메인사진
[문화가 산책] 세계적인 예술인의 집결지, 논산 강경